외양보다 내실
젖소위해 하루를 산다

넓은 운동장, 기본에 충실하다

문경목장은 20년이 넘은 우사인 까닭에 노후됐다. 그러나 깔짚관리나 젖소 관리에 있어서 노후화된 우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목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젖소라고 기본을 강조하는 이 대표의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젖소가 건강해야죠. 목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젖소가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가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목장환경을 생각하죠.”
이 때문인지 문경목장의 우사 바닥은 유달리 관리가 잘 돼 있다. 유난히 보송보송한 우사 바닥은 선풍기로 말려주고 톱밥을 자주 갈아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넓은 운동장이 한 몫을 한다.
“운동장이 넓어야죠. 모든 질병이나 유방염도 젖소들이 건강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우사가 깨끗하고 바닥관리가 잘되면 질병관리는 자연스럽게 되죠.”
문경목장의 운동장은 2,310㎡(700평)으로 사육마릿수에 비해 넓은 편이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운동장을 넓히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마릿수를 늘려서 젖을 많이 짜고 쿼터를 사는게 돈을 버는 길이죠. 아니면 돈을 벌어서 시설 현대화로 노동력을 줄이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제일 중요한 것이 운동장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목장에서 돈을 벌면 운동장을 넓히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좌)이 대표는 부지를 확장해 넓은 운동장을 젖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중)낡은 우사지만 목장 곳곳에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목장 천장에 비가림막을 망으로 처리해 환기가 잘되고 눈·비를 막아주고 있다
(우)20년간 목장을 운영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현황을 기입하고 있다. 철저한 기록관리가 핵심이다.

개량으로 고른 우군 만들기 20년

문경목장을 찾으면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젖소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고르다는 것이다.
“송아지에서부터 다 제가 키운 소들이죠. 개량을 통해서 유량이 적은 소는 유량이 많은 소의 정액을 쓰고 발굽이 안 좋았던 소는 발굽 상태가 좋은 젖소의 정액을 쓰는 방식으로 젖소들의 상태를 고르게 유지했습니다. ”
개량을 통해 젖소의 전체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균일화 하는 한편 젖소의 발굽은 전문수의사를 불러 일정 기간마다 관리해주고 있다. 때문에 문경목장의 소들은 발굽정리가 잘 돼 있다. 특히 뿔이 있는 소는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다.

(좌)문경목장은 단계별로 젖소들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
(우)개량을 통해 우군을 관리하고 발굽관리와 철저한 제각을 실시하고 있다.

“모두 송아지때 제각합니다. 통증을 덜 느낄 때 제각해야 하기 때문에 태어난지 15일 이내에 꼭 제각을 합니다.” 균일한 젖소들의 상태를 유지하고 우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개량이나 제각도 중요하지만 개체별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우사가 노후함에도 단계별 소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 송아지부터 중송아지, 수정단계, 만삭까지 단계별로 나눠서 끼리끼리 놓습니다. 단계별 관리는 간단한 것 같지만 쉽지 않습니다. 크기가 다르면 큰 소한테 작은 소가 치이면서 고르게 크지 못하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단계별로 나눠 관리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이 마시는 우유를 생산… 당연히 깨끗해야

보건소를 비롯해 보건진료소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위치한 문경목장은 사실 민원이 발생하기 쉬운 지리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늘 목장을 청결히 관리해서 주변 민원은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목장은 기본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목장을 시작한 3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저의 신념입니다. 남에게 보여 주려고 목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사람이 마시는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이 깨끗해야 하는건 당연한거죠.”

잘 정리된 사료포에서 자재까지 목장에서 청결을 우선시하는 이 대표의 신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축사는 재래식이지만 목장의 청결을 우선으로 하는 것은 그의 신념과 직결돼 있다. 민가가 가까운 까닭에 크고 작은 민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항상 목장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축사가 오래된거야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저희 목장에 오신 분들은 목장 안으로 들어오면 많이 놀랍니다. 겉과 달리 너무 깨끗하다고 말하죠. 내실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축사지만 더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정돈에도 늘 신경쓰고 있습니다.”

목장 초입부에서부터 쓰레기 하나, 자재 하나 눈에 띄는 법이 없다. 늘 정리정돈에 신경쓰는 목장 답다.

사방이 뚫려 있는 착유장

보통 착유장은 물을 써서 청소하기 때문에 대부분 습한 경우가 많다. 습도를 조절하고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세균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하는 곳이지만 매일 두 번 젖을 짜고 이를 청소하다보니 또 어쩔 수 없이 습기가 많아 청결하기가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문경목장은 이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개방형 착유장을 선택했다. 사방이 트인 착유장에서 젖을 짜다 보니 환기가 잘되고 공기의 흐름이 좋아 냄새도 나지 않고 젖소들도 좋아한다.
소가 매일 두 번 오가다 보니 분뇨나 축분 등으로 더러워지기 일쑤지만 물을 써서 자유롭게 청소한다. 대신 사방이 트여있어 건조는 완벽하게 된다. 물론 겨울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문경목장이 위치한 무안은 남부지방으로 추위에서 자유로운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침에 물청소를 하고 점심이 되면 건조가 돼 있습니다. 겨울이나 추울때는 개폐장치를 내려 착유장을 보호하죠. 보통은 개방형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습도 관리가 잘 되고 환기가 잘되기 때문에 냄새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무엇보다 젖소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니 착유장에서도 편안함을 보입니다.

문경목장은 깨끗한 착유장을 위해 개방형을 선택했다. 사방이 트여있기 때문에 건조가 완벽하게 된다.

조사료 자급률 60%, 최대한 늘릴 것

현재 이 대표는 자가 조사료포 1만9,800㎡(6,000평)와 임대 조사료포 1만9,800㎡(6,000평)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름엔 옥수수를 심고 겨울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심는다. 보통 한해에 옥수수 500kg짜리 300개를 생산하고 볏짚도 일부 생산한다. 마릿수도 적지 않은데다 따로 사람을 두지 않고 가족농으로 목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센 편이다.
“지금 조사료 자급률이 60% 가량 됩니다. 물론 조사료포를 늘리고 싶죠. 그렇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자급률도 매년 조금씩 노력해서 올리고 있는 거죠. 경영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사료 자급률을 올려야 하지만 임대료나 땅값, 노동량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후계에게 물려줄 때는 이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농가가 그러하듯 자가 TMR을 쓰고 있다. 함평축협의 도움으로 미생물을 첨가해 자가 배합을 하고 있으며 수입 조사료는 그때 그때 목장의 환경에 맞춰 배합을 하고 있다.
“퇴비는 거의 전량 조사료포에 뿌려집니다. 사실 경종농가에 뿌려주고 해야 하지만 조사료포가 넓다 보니 전량 소진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일년에 한 두 번 발효된 퇴비가 나갈 때는 주변 경종농가들에게 제가 직접 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목장 퇴비가 부숙이 잘된 편이어서 주변 농가들도 좋아합니다.”

(좌)문경목장의 최대 목표는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우)이건문 대표<사진 왼쪽>와 부인 조미경 씨.

아들이 만들어갈 문경목장, 미래 꿈꾼다

사실 이 대표는 후계가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낙농인이다. 물려줄 후계가 없어 목장을 접어야 하는 주변 지인들에 비하면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고 목장일을 하기 위해 관련학문을 전공하고 있는 아들은 이 대표의 자랑이다.
“아들이 농수산대학에서 낙농학과를 전공하고 졸업반에 있습니다. 실습도 외국으로 가지 않고 국내의 잘하는 농가, 그것도 우리와 환경이나 규모가 비슷한 목장으로 가겠다고 자원했다더군요. 어린 나이니까 외국 구경도 하고 싶을텐데 우리 목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배우겠다고 합니다. 기특하죠.”
기특한 아들인 만큼 이 대표는 아들에게 제대로 된 목장을 물려주고 싶다. 지금은 노후화된 목장이지만 아들을 위해서는 현대화할 생각도 하고 있다.
“나는 힘들게 일했지요. 목장을 키우고 젖소를 늘리는게 목적이었으니까요. 이제 아들에게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낙농을 하고 목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