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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우수목장 > 2016년

벅차오르는 30년의 낙농세월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 우수목장 선정에 도전하면서 30년 세월의 목장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는 이민재 한울목장 대표. 대한민국에는 많은 목장들이 있고 많은 낙농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대표는 사랑이 많은, 젖소에게 애정 많은 낙농가 중 하나다. “유독 눈물이 많고 마음이 약한 편이에요. 젖소들과 어우러져서 살다 보니 하나하나 살펴보고 내몸처럼 생각하면서 돌보는 것이 젖소들에게는 좋았던 것 같아요. 체형이 고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성적도 좋은 편입니다.”
30년 동안 꾸려온 목장이기 때문에 낡은 우사와 묵은 때가 묻은 목장의 곳곳이 부끄러웠다고 말하는 이 대표. 그렇지만 이번 도전을 계기로 목장 곳곳에 거미줄을 치우고 구석구석 청소하면서 목장을 처음할 때의 마음이 생각났다고 한다. “세월이 참 빠르죠. 목장 하는 분들이 다들 고생을 하지만 그런 세월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어떤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깨끗한목장 가꾸기운동은 저에게 앞으로의 낙농생활에 어떤 지표가 될 것입니다.”

(좌) 목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차량소독기는 1년내내 켜둬 방역관리를 철저히 한다.
(우) 30년 세월이 묻은 축사를 닦고 거미줄을 치우면서 이제부터 깨끗한 목장으로의 시작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와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대표는 우수목장에 도전하기 위해 낡은 우사를 손 보면서 오히려 앞으로의 30년을 내다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죠. 맨땅에서 목장을 시작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고 워낙 일을 많이 했어요. 목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번 깨끗한목장 가꾸기운동을 계기로 새로운 목장 생활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철저한 방역, 내 젖소는 내가 지킨다

한울목장은 목장 초입에 차량소독기를 상시 사용하고 있다. 목장을 들어가면서 뿜어져 나오는 소독액 분무가 시원하다. “차량 진입시에는 반드시 소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돈 들여서 하지는 못하지만 목장을 하면서 기본은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1) 안쓰는 냉장고를 활용해 냉동칸은 방명록 등 기록대장을, 냉장칸은 방 역복과 장화를 수납하고 있다.
(2) 냉각기 옆 자리하고 있는 드럼형 세탁기. 목장에서 사용하는 수건이나 장갑 등을 그때 그때 세탁한다.
(3) 게이지나 기계, 수도 계량기에도 랩을 씌워둔다. 먼지가 껴서 보이지않을 즈음에 랩을 떼어내면 새것처럼 말끔하다.

목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발판 소독조를 구비해 방역에 신경쓰고 있다. 착유실에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것은 방명록이다.
“방역 교육을 받아 보니 방역의 기본은 기록관리라고 하더라구요. 오는 사람들에게는 귀찮겠지만 목장을 방문했을 때는 기록을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이게 또 버릇이 되니까 괜찮더라고요.”
동네에서 이 대표는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실상 법을 꼭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한다. “좀 고집스러운 면이 있죠. 그런데 방역은 고집스럽게 고지식하게 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정착이 되면 다른 목장들도 모두 그렇게 되겠죠. 사실 이게 맞는 거에요.”

몸에 밴 성실함에 청결마인드까지

한울목장의 착유실을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것은 드럼 세탁기. 드럼 세탁기 위에는 방명록이 올려져 있다. 남는 세탁기라서 작업대처럼 사용하는 것일까 생각할 때 쯤 이 대표가 멋쩍게 웃는다.
“충청북도 축산인 한마음대회에서 경품으로 세탁기를 받았어요. 새로 받은 세탁기를 집에 들여 놓으면서 전에 쓰던 세탁기를 착유실에 내놨죠. 착유 수건이나 작업복은 집으로 가져오지 않고 여기서 바로 빨아서 씁니다. 착유 수건도 내버려 두지 않고 쓰자마자 세탁기로 직행하니까 보기에도 좋고 더욱 청결해졌습니다.”

(좌) 정리가 생활화 돼있는 한울목장. 약품 등을 정리해 놓은 수납장은 마치 동물약품 약국과도 같이 정리가 잘 돼 있다.
(우) 철저한 기록관리로 개체별 관리를 한다. 자료만으로도 개체를 선별할 수 있을 정도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는 깨끗한 목장 가꾸기는 다른 곳에서도 엿보인다. 목장 착유장의 기계마다 붙어있는 게이지나 전압기 등이 유독 깨끗한 것이 놀랍다. “기계나 전압기 등에 랩을 씌워요. 목장은 유독 먼지가 많고 그대로 상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때가 쩔면서 나중에는 게이지의 수치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일 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랩으로 싸놨다가 때가 많이 타고 게이지 수치가 안보이면 벗기고 새로운 랩으로 교체합니다. 그러니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새것같아 보이는거죠.”
뭐든지 새롭고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 대표만의 노하우가 돋보인다.

개량으로 목장 기본 만들어

축산을 전공해 목장 초기부터 종축개량에 관심이 있었던 이 대표는 충주 지역에서도 개량사업에 빨리 참여한 편이다.
“처음 충주지역에서 3~4농가만 개량을 할 때부터 개량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축산을 전공했기 때문에 개량이 목장 성적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혈통비율이 98%일 정도로 개량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량으로 우군을 정비하면서 성적이나 젖소들에 대한 개체별 기록을 철저히 했다. 덕분에 자료만으로도 필요한 개체를 선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젖소 관리가 되고 있다.
“지금은 남의 도움은 받지 않고 내 집 젖소만 가지고 어미소를 쓸 수있을 정도는 되죠. 지난 여름에는 충주지역 낙농가 2명에게 어미소 두마리를 분양해 줬습니다. 잘키운 우리 목장의 젖소들이 이웃 낙농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뿌듯하죠.”
처음 개량을 할 때는 분만을 잘하는 젖소 위주로 유량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평균 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개량의 방향을 선회했다.
“우선 분만을 해야 우유를 착유할 수 있으니까 분만을 잘하는 젖소 위주로 개량을 했습니다. 지금 유량은 평균 이상으로 따라갔다고 봅니다. 그래서 평균수명을 늘리고 산차를 늘리는 쪽으로 경제수명에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개량을 하려고 합니다.”

아이디어 ‘톡톡’, 세정수에 각별한 관심

이 대표는 목장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세정수 문제에 큰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는 세정수 문제에 대한 지침이나 규제가 전혀 없었음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좌) 등이 곧고 유방이 잘 발달돼 있는 등 우체가 매우 건강해 보인다. 개량이 잘 돼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중) 보송보송한 축사 바닥에 젖소들이 배를 깔고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우) 귀여운 젖소 모형을 화단에 설치해 환경미화를 완성했다. 마을안에 위치한 목장답게 주변 환경미화에 신경을 쓰고있다.

“목장을 하면서 착유를 하고 착유실을 세척하는데 우유가 그대로 흘러가도 되는 것일까 걱정이 됐죠. 그래서 요즘처럼 세정수에 대한 우려가 없던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1995년 정화조에 산소를 공급해 균을 번식시키는 설비를 구매해 설치했다. 제법 비싼 비용을 들인 기계였는데 고장이 잦았고 결국 2~3년 동안 기계를 세워두기에 이르렀다.
“정화조 설비를 새롭게 정비하면서 기존의 장비가 아닌 새로운 것을 추진하려고 알아보던 중에 에어 콤프레셔로 공기를 주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라고요. ”
주변 농가들이 최근 정화조 설비를 하면서 시설비만 2,5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것을 보고 비용을 줄일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도입했다는 에어콤프레셔는 공기를 주입하는 모터가 200만원 이상의 고가인데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중고로 에어콤프레셔를 사서 공기를 주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정화가 잘 되고 제법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추후 정확한 수질 검사를 해보고 시설을 보완해야죠.”
이렇듯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이 대표는 축사 문에 바퀴를 사다 직접 달아 이동식 도르래를 만들었다. “작은 것이지만 목장을 운영하면서 비용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늘 궁리합니다. 이러한 작은 고민들이 언젠가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교반관리…부숙상태 좋아 양질퇴비 인기

한울목장은 동네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민가가 많아서 민원 문제는 늘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목장 가까운 곳에 어린이집이 있어요. 우리목장 때문에 아이들이 코를 막고 고개를 흔들어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악취제거에 늘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철저한 바닥관리와 잦은 로터리 작업으로 축사에서 1차적으로 부숙된 퇴비는 악취가 적고 질이 좋은 편이다.

(좌) 축사 여닫이 문에는 바퀴를 달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목장주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묻어있다.
(우) 1995년에 설치한 정화조에는 최근 에어콤프레셔를 설치, 공기를 주입하는 모터를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한울목장은 자가사료포 20,000평(66,000㎡)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자가논 670평(22,000㎡)에 퇴비를 뿌려준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농가의 논 10,000평(33,000㎡)에 직접 퇴비를 뿌려준다.
“제가 짓고 있는 논농사가 제법되는데 그곳과 밭에 퇴비를 뿌려줍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의 논에 퇴비를 뿌려주고 그 댓가로 볏짚을 가져옵니다. 저도 논농사를 짓기 때문에 볏짚은 충분합니다. 그래서 다른 집에서 가져온 볏짚은 팔기도 하고 주변 축산농가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죠.”
남에게 골칫거리인 퇴비가 한울목장에서는 논의 자양분을 높이고 볏짚을 가져오는 수단이 되고 있다. 퇴비장이 크지 않고 제한구역 등의 문제로 넓힐 형편도 안되는 한울목장은 잦은 교반과 철저한 바닥관리로 운동장에서 나가는 퇴비 자체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좌) 환기가 잘되고 로터리 작업을 자주해 축사 바닥이 매우 보송보송하다.
(우) 부숙 중인 퇴비. 부숙 중간에도 교반을 자주 해 줘서 퇴비 상태가 매우 좋다.

“목장을 해온 30년 동안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보다는 정성으로 젖소들을 길러 왔습니다. 몸이 좀 고달파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을려고 노력했죠. 겉모습이 아름다운 목장보다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목장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