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제주지역 낙농발전을 이끌고 있는 홍창운 대표

젖소 2마리 목장에서, 장관표창까지

제주농업고 축산과를 다녔던 홍창운 재영목장 대표는 원래 축산이 꿈이었다. “제주 토박이인데 축산을 전공했었어요. 제주는 육지와 떨어진 곳이고 축산을 하더라도 제주 사람이 제주의 기후와 풍토를 알고 농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선배들의 권유로 젖소 2마리를 사서 목장을 시작했습니다.”
제주에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던 감귤농장의 농장장으로 근무했던 홍창운 대표는 목장의 꿈을 안고 젖소 두 마리를 사서 구좌읍에서 목장을 시작했다. 부업으로 시작한 목장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농장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목장에 뛰어들었다. “젖소 두 마리가 12마리가 될 때까지 퇴근하면 목장을 돌보고 새벽에는 착유를 하고 식구들과 함께 목장을 운영했죠. 젖소가 12마리 되면서 목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좌) 제주지역 67종의 야생화가 사계절 종류를 달리하며 피어 목장에 아기자기함을 더한다.
(우) 재영목장은 개방형 축사로 제주의 바람을 활용해 환기를 하고 있다.

특유의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목장을 시작한 지 5년만에 한국 농업경영인 구좌읍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는 제주의 젊은 낙농인들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주홀스타인동우회 회장직을 맡았다.
“이런 공로들이 인정을 받아서 1999년 목장을 시작한지 10년만에 김성훈 당시 농림부 장관 표창을 받았어요. 제주의 낙농산업 발전 공로를 인정받았죠.”

제주에 의한, 제주를 위한 목장

바람이 많은 제주의 지형은 목장에는 악조건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해 축사를 짓는다면 오히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주의 바람을 이용해서 환기 시설을 했습니다. 목장의 환기를 바람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 개방형으로 지었죠.” 문제는 바람이 많은 곳이어서 축사를 조금 낮게 한 것이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축사를 개보수 할 때는 높게 짓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신 목장의 환경은 제주를 충분히 활용해 제주에 의한, 제주를 위한 목장으로 꾸몄다.

(좌) 보디빌더를 비롯해 해녀축제 집행위원장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홍 대표의 또다른 취미는 수석 수집이다.
(중) 목장입구에 조성된 돌담도 홍 대표가 직접 주워온 돌로 쌓아 남다른 정성이 엿보인다.
(우) 노후된 착유실은 헤링본으로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분재와 야생화를 활용한 목장 환경미화는 전문가 수준이다. “분재 나무 모종을 키워서 만들고 하다보면 분재 작품 하나에 몇 년이 걸립니다. 수년동안 목장에 어울릴 분재를 키우면서 정성을 들이죠.”
목장 곳곳의 야생화는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홍 대표가 직접 캐온 것들이다. “목장에 있는 야생화가 67종입니다. 직접 야생화를 캐와서 사계절 다른 야생화들이 목장에서 피어나도록 관리를 하죠.” 소와 야생화, 분재가 함께 어우러지고 식물들이 배출하는 산소를 젖소가 마시고 공기가 순환되면 축사는 자연스럽게 정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목장을 생각하면 악취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소비자가 보더라도 이런 목장이라면 우유를 생산해도 믿고 마실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목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이 들러 구경하는 목장이 된 재영목장은 간혹 장애우들도 찾는 지역의 명물이다. “학생들이 오면 우유를 생산하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줍니다. 우유 한방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설명하죠. 그러면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학교에 가면 우유급식때 우유 잘 마실게요, 우유 밟으면서 놀지 않을게요’라고 말합니다. 이런 게 보람이죠.”

네팔 직원과 함께 쌓은 돌탑

재영목장에 가면 눈에 띄는 돌탑이 있다. 제주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이 돌탑은 목장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네팔 목부와 함께 손으로 쌓은 탑이다. “네팔에서 온 목부가 있는데 히말라야는 손으로 돌탑을 쌓는다고 말하더라구요. 함께 쌓아보면 어떻냐는 말에 직접 돌을 주워와서 함께 돌탑을 쌓았습니다.” 28세 네팔 목부에게는 늘 존대한다.
아침에 목장에서 만나면 합장을 하고 ‘나마스떼’라고 네팔어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어린 친구지만 존대를 하면서 늘 인격적으로 대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힘든 일을 많이 당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적어도 우리 목장에서는 그런 대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목부를 얘기하면서도 ‘그분’이라고 표현하는 윤 대표의 말에서 그의 인격이 묻어나왔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네팔 목부는 휴가 후에도 다시 목장에 돌아와 그와의 의리를 지켰다.

(좌) 분재는 모종을 사와서 오랜시간 동안 키우며 공을 들여 목장 곳곳을 조화롭게 하고 있다.
(우) 입구에서부터 한눈에 낙농목장을 느끼게 하는 착유장 벽화

구좌읍의 당근 먹고 자라는 젖소

제주는 육지보다 물류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사료값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주의 특산물을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구좌읍에서 나는 당근은 젖소들에게 좋은 간식이 된다. “제주 구좌 당근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당근입니다. 관내에 당근 가공장들이 많은데 남은 꼭지를 공짜로 받아와서 젖소들에게 간식으로 줍니다. 당근은 비타민 D가 많아서 소의 번식에도 도움이 됩니다.” 제주의 가장 유명한 특산물인 귤은, 밀감박으로 TMR사료에 배합할 때 넣어준다. 에너지가 풍부해서 사양관리에 도움이 된다. “분만우나 임신우의 에너지를 보강하기 위해 에너지 보강사료를 급이합니다. 밀감박이나 당근도 젖소들의 효율과 건강에 도움이 되죠.”
제주의 환경을 목장 곳곳에 활용한 홍 대표는 제주의 바람 역시 축사 바닥관리에 이용한다. “바람이 통하는 개방형으로 축사를 짓고 제주의 환경적 제제를 감안해 축사 분뇨에 대해서도 늘 신경쓰는 편입니다. 낮에는 선풍기를 돌려서 축사 바닥을 자동으로 건조하는 설비를 했어요. 축사를 늘 보송보송하게 해주는 설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한 축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홍 대표는 목장의 규모화를 위해 축사 개보수와 시설 교체 등을 계획하고 있다. “착유기가 현재 텐덩인데 규모화를 위해서는 헤링본으로 바꾸려고 생각 중입니다. 축사도 개보수를 고민하고 있구요.”
톱밥우사는 15일에 1회 교체를 하고 착유장은 일 1회 물청소를 27년째 해주고 있다. 이렇게 관리된 퇴비는 연 700톤 정도로, 퇴비사에서 4~5개월 부숙 후 주변 농가에 절반정도 무상공급하고 나머지는 사료작물에 파종 전 살포한다. 액비는 위탁업체에서 처리하고 있다. “연 23만1,000㎡(7만여평)의 초지를 지역낙농가들과 임대해서 이탈리안라이그라스와 수단그라스 이모작을 하고 있습니다.”

착유장에서 찾은 비탈길

노후한 목장이지만 젖소를 생각하는 마음과 아이디어는 곳곳에서 빛난다. 특히 젖소가 착유장에 들어가는 입구 경사로는 다소 심하다 싶을 정도다.
“처음엔 타일을 깔거나 경사를 낮췄더니 젖소들의 미끄러짐이 더 심하더라구요. 경사로를 걸을 때는 젖소들이 긴장해서 그런지 오히려 미끄러지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보고 착유장 입구에 경사를 더 주고 타일 대신 바닥을 울퉁불퉁하게 했습니다.”
인위적으로 타일이나 다른 바닥재를 사용하기 보다는 시멘트 바닥에 굴곡을 준 것이 제주의 자연스러움과 어울린다는 평이다.
“축사시설을 만들 때도 돈을 많이 들이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젖소가 편하고 일하는 사람이 편한 쪽을 생각합니다. 대신 전문가들이 권하고 낙농 선배들이 말씀하신 것을 귀담아 듣죠.”
목장을 방문한 심사위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귀담아 들으며 메모하고 꼭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는 그의 선한 모습은 다른 사람 말을 귀담아 듣는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약품장이나 목장의 도구들은 늘 그때 그때 정리하라고 하는 편입니다. 목장이 노후한 편이라 여러 분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면서 살아있는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좌) 약품이나 목장에 필요한 집기들은 그때 그때 정리한다.
(우) 착유장 입구 경사면에 요철을 둬 젖소들의 미끄러짐을 방지했다.

보디빌더가 운영하는 제주의 목장

워낙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무엇을 하든 끝을 보는 성격탓에 그는 제주에서도 유명한 사람이다. 제주에서 낙농가를 위해 일해온 그는 제주도 홀스타인동우회 회장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 제주도지회장까지 제주 낙농가들의 이모저모를 위해 일하고 있다. 특히 제주축협에서는 조합 기준원유량을 비롯 각종 현안이 많아, 가교 역할을 하며 책임지고 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직함이 있다면 보디빌더협회 제주회장이라는 직함이다. “목장을 하면서 허리병이 잘생기고 무릎병이 잘생기니까 건강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뭘 하든 좀 성실한 편인데 15년 동안 보디빌더를 하다 보니까 매료돼서 대회도 나가고 입상도 하고 그러다 보니 여러 감투를 맡게 됐어요.”

(좌) 감귤박과 제주 구좌당근을 먹고 자란 젖소들
(우) 환경미화에 관심이 많은 홍 대표는 화장실변기도 화분으로 재활용하는 위트와 센스가 돋보인다.

몸을 키우고 운동을 하다보니 정신력도 무장됐다는 그는 낙농에 보디빌더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보디빌더는 정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무슨 일이든 박차고 나가는 추진력과 자신감이 생겼죠. 육체적으로 자신감이 생기니까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겼달까요.”
제주도 해녀가 유네스코 등재되면서 제주해녀축제에 부위원장으로 집행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그는 제주를 사랑하고 젖소를 사랑하는 제주의 낙농가이다. “제주도는 낙농 가구수가 몇가구 안됩니다. 하지만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다양한 우유를 생산한다면 소비자 입맛에 맞고 관광객들이 찾는 제주의 목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농가들이 지속적으로 낙농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