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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우수목장 > 2017년

소규모 농장의 귀감이 되고 있는 정리정돈의 달인, 박인호 인경목장 대표와 40여년간 목장경영을 함께해온 부인 권종숙 씨

최고의 사양관리는 깨끗한 목장관리

깨끗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한 목장주의 노력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경기 화성의 인경목장은 유별나기로 소문이 났다. 원체 타고나길 꼼꼼한 성격인 박 대표는 늘 목장을 쓸고, 닦고, 치우는 것이 하루일과다.
그 덕에 인경목장의 청결함은 화성시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 이번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에 또 다시 추천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인경목장은 이미 한번 지난 2006년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이러한 깔끔한 목장 환경이 그대로 우유에 반영, 낙농진흥회에서 2003년에는 우수위생목장, 2010년에는 유질베스트팜 우수목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년 내내 체세포수 1등급, 세균수 1A등급을 유지하면서 받은 값진 상이다.

(좌) 인경목장은 청결한 목장관리로 유질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났다. 이러한 노력은 벽에 걸려 있는 상패들이 입증하고 있다.
(중) 운동장 한 가운데 급수기를 설치해 젖소들이 많이 이동하지 않고도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우) 목장의 규모가 작은 탓에 착유 세정수는 당진낙협을 통해 위탁처리하고 있다.

“품질 높은 원유 생산은 낙농가의 사명감이자 자존심입니다. 주변에서 유질관리의 비법을 물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깨끗하게 목장을 관리하면 유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답변합니다. 목장을 깨끗하게만 관리한다면 특별한 사양관리도 필요 없습니다. 목장이 위생적인 만큼 젖소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이죠. 깨끗한 목장관리가 최고의 사양관리인 셈입니다.”
2015년 HACCP 인증을 받은 뒤로는 정해진 프로그램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목장 곳곳에는 송아지, 육성우, 건유우 등 사육단계별로 우사를 구분할 수 있는 팻말도 가지런히 붙어 있고, 매일매일 기록관리도 빼먹지 않는다.
또한 많은 목장에서는 착유 세척수 적정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인환목장은 위탁 처리로 고민을 해결했다.
“현재 착유 세척수 처리는 당진낙협에 위탁을 맡고 있습니다. 목장 면적이 작아 직접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위탁 처리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지혜가 엿보이는 목장

인경목장에서 다른 목장과 다른 가장 색다른 점을 꼽으라면 운동장 한 가운데 있는 2대의 급수기다. 급수기는 우사 끝에 설치해 놓는 것이 보통이지만 박 대표는 젖소들이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운동장 가운데에 급수기를 놓기로 결정했다.
박 대표의 작은 아이디어 덕분에 젖소들이 언제든지 많은 이동 없이 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급수기를 운동장 끝에 설치했었는데 젖소가 불편해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급수기를 가운데에 놓으면 젖소들이 더 편하게 물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사료를 먹고 바로 뒤를 돌면 물을 먹을 수 있어 젖소들도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시선을 돌리면 우사 외벽 한켠에 줄지어 걸려 있는 삽과 빗자루, 쟁기 등의 농기구들을 보인다. 과연 정리정돈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바닥에 기대어 세워 놓으면 삽이나 빗자루 솔의 모양이 변형돼 제 기능을 잃기 마련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박 대표의 소소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농기구들을 걸어놓는 것은 목장을 시작할 때부터 지켜온 철칙입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퇴비를 걷어내고 정기적으로 톱밥을 교체해주는 덕에 인경목장의 젖소들은 유달리 깨끗한 우체를 자랑한다.

이렇게 걸어놓으면 빗자루 솔이 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쉽게 손잡이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죠.”
또 착유실에는 젖소들이 안정적으로 착유할 수 있도록 고무발판을 설치해 뒀다. 55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젖소들의 착유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다.

(좌) 우사 외벽에 열 맞춰 걸려있는 빗자루와 삽 등 농기구들이 인상적이다. 정리정돈이 습관돼 있는 박 대표의 작품이다.
(우) 젖소에 분뇨가 묻어 있지 않아 자주 청소하지 않아도 착유실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빈틈없는 운동장 관리, 깨끗한 우체 ‘비결’

박 대표는 목장경영 중에서 운동장 관리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젖소들이 늘어지게 쉬고 있는 운동장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퇴비를 직접 삽으로 걷어내 관리한다. 덕분에 운동장이 보송보송하게 유지돼 젖소들의 우체가 깨끗하고 얼룩 무늬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소비되는 톱밥의 양도 만만치 않지만 깨끗한 목장관리를 위해 드는 부수적인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박 대표는 전한다. 한 달에 사용하는 톱밥의 양은 자그마치 5,600kg이 넘는다.
톱밥 위 퇴비를 걷어 낸 뒤에는 로터리 작업에 돌입한다. 운동장의 구석진 곳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소형로터리를 선택했다. 트렉터보다 작은 크기로 운동장 모서리까지 구석구석을 뒤집을 수 있어 꼼꼼한 운동장 관리에는 그만이다.

퇴비사뿐만 아니라, 운동장에도 여러대의 환풍기가 눈에 띈다. 목장 전체에는 38대의 환풍기가 설치돼 있는데 환풍기 덕분에 젖소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편히 쉴 수 있다.

“젖소들이 누워서 쉬는 운동장이 깨끗하지 않으면 젖소도 당연히 깨끗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운동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소형 로터리를 쓰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트렉터는 운동장의 모서리까지 관리하기 어려운데 소형 로터리는 크기가 작아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어 운동장 관리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체가 깨끗하다보니 착유실 바닥에 떨어지는 퇴비가 없어 청소도 수월하고, 착유시간도 빨라지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인경목장은 소규모 목장에 효율적인 텐덤방식으로 착유를 하고 있는데 착유 시간은 한시간 미만이다.
“운동장이 질척이지 않아 유방에 퇴비가 거의 묻어있지 않은 편입니다. 딱히 건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착유실에서 물을 쓸 일이 거의 없어 관리가 수월한 편입니다.”

환풍기 2배로 늘려…퇴비사마저 쾌적

운동장의 퇴비를 자주 걷어 내다보니 퇴비사의 크기도 자연스럽게 함께 확장해야 했다. 현재 퇴비사 규모는 350㎡(106평)로 목장 적정 규모보다 20% 가량 더 넓게 지어졌다.
퇴비사 위에서는 6대의 환풍기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2006년 심사 때는 230㎡(70평) 규모의 퇴비사에 3대의 환풍기를 설치했었는데, 당시 심사위원들이 퇴비사에 환풍기를 추가하면 퇴비건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을 잊지 않고 퇴비사를 확장하면서 환풍기 수를 두 배로 늘렸다.
“환풍기를 늘리고 나니 확실히 퇴비가 잘 마르고, 부숙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퇴비를 공급하고 있는 주변 경종농가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좌) 소형 로터리를 이용해 운동장을 하루 두 번 뒤집어 준다. 크기가 작아 운동장 곳곳을 관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 목장 규모에 비해 널찍하게 지은 퇴비사에는 6대의 환풍기를 설치, 뛰어난 건조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잘 부숙된 퇴비는 주변 경종농가들에게 인기가 좋다.

인경목장 퇴비의 70%는 1만6,500㎡(5,400평) 규모의 자가 사료포에 이용하고 나머지는 30% 주변 경종농가에게 공급하고 있다. 화성은 목장이 많아 퇴비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목장들이 많은데 인경목장 퇴비는 부숙 상태가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비단 퇴비사에만 환풍기가 많은 것이 아니다. 퇴비사를 포함해 목장에 38대의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 목장 빼곡히 설치된 환풍기 덕에 환기가 잘 돼 목장 안에 들어가더라도 답답한 느낌이 없다.
“환풍기는 설치는 목장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환풍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장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장 규모 대비 많은 환풍기를 설치하면서 여름에도 젖소들이 지치지 않고, 사료도 잘 먹습니다.”

후계농도 확보…지금 목장에 ‘만족’

1977년도에 처음 젖소 두 마리를 안양시 소재의 종축장에서 구매해 시작하게 된 목장이 현재는 85마리로 늘었다.
지금의 목장에 만족해 더 이상 규모를 늘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박 대표의 남은 목표는 그저 아들에게 물려줄 목장을 한결같이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뿐이다.
박 대표의 아들은 조경학과를 나왔지만 목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다 자연스럽게 목장일을 배웠다.

크지 않은 규모에 특별히 화려한 조경도 없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목장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박 대표의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박 대표는 최근 예전 같지 않은 건강에 아들에게 조금씩 목장 운영 영역을 확장해 주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인 부인 권종숙 씨와 경로당 우유 지원, 우유요리 시식회 등 각종 우유소비행사에 참여하며 의욕적으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힘에 부친다.
“아들도 벌써 같이 목장을 운영한 지 10여년이 됐습니다. 목장을 40여년간 운영했으니 기술적으로는 내가 더 나을지 몰라도 요즘은 이론으로 아들을 따라갈 수 없더라구요. 젖소를 검정하러 온 사람들이나 젖소 수정사들도 이제는 아들하고만 얘기하다 갈때가 많죠. 그럴 때는 목장에서 은퇴해야 할 나이가 다가 왔구나 실감을 합니다.”

축사 칸막이를 여닫이 형태로 만들어 젖소 이동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는 지금이 좋다는 박 대표는 앞으로도 한결같은 목장을 운영하고 싶다. 젖소 85마리의 크지 않은 규모에 화려한 조경도 보유하고 있지도 않지만 인경목장은 다른 농가들이 쉽게 효율적으로 따라할 수 있는 노하우들로 가득하다.
“다른 목장에 비해 뛰어난 조경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성실하게 목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외부적인 모습보다는 내실에 충실한 목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언제 방문해도 늘 한결같은 목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