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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우수목장 > 2017년

‘사당오락’의 성실함으로 하루 4시간 정도 자면서 복합영농을 일궈가는 이정복 대표와 부인 이문숙 씨

동네 어르신들이 지어준 이름 돈짐목장

마을의 지명과 상관이 있을까. 다소 낯선 돈짐목장의 이름은 목장터의 오랜 유래에서 비롯됐다. “마을 어르신들이 목장을 하던 곳이 항아리를 구워서 판매하는 곳이었다고 하더라구요. 항아리가 너무 잘 팔려서 돈을 지고 다녔다고 해요. 그래서 거기에 목장이 들어섰으니까 돈 많이 벌으라고 동네 어르신들이 지어준 이름이었습니다.”
그렇게 붙여진 이름덕에 돈은 많이 버셨냐고 묻자, 시원시원하게 ‘그럼요’하고 대답하는 임정복 돈짐목장 대표는 동네는 물론이고 지역에서도 ‘사람좋기’로 유명하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도 했어요. 그러다 흙이 좋아서 고향으로 정착을 했죠.” 1984년도 농어민 후계자 자금을 받아서 한우를 키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우 파동이 와서 농장을 모두 정리하고 망연자실 할 때쯤 농협 대출을 받아서 젖소 두 마리를 샀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 젖소를 샀어요. 매달 수익이 되고 돈이 회전되니까 낙농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성실하게 하니까 목장은 자리를 잡았는데 다른 힘든 일들이 많아서 고생 많이 했죠.”
목장은 안정이 됐지만 사람 좋았던 이 대표는 여기저기 보증을 서주면서 큰 빚을 지게 됐다. 4억원 정도 다른 사람의 빚을 갚아주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 “책으로 쓰면 한권이 될 거에요. 고생을 진짜 많이 했는데 젖소가 있고 그래도 우유를 짜면서 다 이겨냈죠. 저에게 목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의 의지이고, 버팀목이랄까요.”

(좌) 축사를 지을 때는 평생직장이란 생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 30년이 넘도록 목장을 해왔지만 몸에 밴 성실함으로 목장 구석구석을 관리한다.

마을 안쪽에서 목장을 하다가 너무 민가와 가까워 2년만에 목장을 이전했다. 당시에는 모두가 얘기를 할 정도로 투자를 많이 해서 목장을 지었다.
“제 평생 직장이니까 제대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당시에는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안전한 직장을 가지고 싶어서 제대로 된 축사를 지었달까요. 제일 신경을 쓴 부분은 태양이죠. 빛을 많이 받고 축사 바닥관리를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햇볕으로 말릴 수 있도록 채광 등을 신경써서 지었습니다.”
30년이 넘도록 목장을 경영하고 있지만 원유생산량은 1톤을 넘기지 않았다. 부부농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생산량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부부농이 할 수 있는 최대치가 원유 일평균생산량 1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이 되면 사람을 고용하거나 시설을 증설해야 하죠.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생산하고 남는 시간에는 다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2009년에 10마리를 구입한 비육우(한우)는 현재 130마리를 넘어서면서 돈짐목장의 또 다른 수입원이 되고 있다. 마릿수가 늘어나면서 혹자들은 낙농을 그만두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산이다.
“제 기본과 근본은 낙농이에요. 비육은 낙농하는 사람은 일도 아니죠. 아침, 저녁 착유를 하는 사람이 한우 사육이 일이겠습니까. 원래 몇 마리 없었는데 금방 마릿수가 늘어나더라구요. 그렇다고 해도 기본은 낙농입니다. 젖소로 우유를 짜는 것, 그게 저의 기본이죠.”
대신 노동력을 줄이기 위해 자동배합기를 설치하고 시설 투자를 통해 노동력을 줄였다. 복합농으로 얻는 소득을 목장에 투자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이다.

하루도 쉴 틈 없는 돈짐목장

함평에서 두 번째로 HACCP 인증을 받은 돈짐목장은 무항생제 인증도 받은 바 있다.
“첫 번째는 소비자 신뢰죠.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증을 받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의 낙우회장을 맡는 등 지역 낙농가들을 선도하는 농가로서 인증 사업에 시발점이 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낙우회장을 하면서 제가 먼저 인증을 받아야 어떻게 받는 건지, 뭐가 좋은지를 회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래야 권장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HACPP 인증을 지역에서 빨리 받았죠.” 농장 HACCP은 공장 HACCP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지역에서 낙농가들에게 모범이 되려면 먼저 HACCP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항생제 인증도 먼저 알아보고 받았죠. 내가 돈 벌고 우유만 생산하면 된다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좋아하는 우유를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논농사와 조사료 재배까지 돈짐목장은 하루도 쉴 날이 없다.

365일 옥수수 사일로를 급이해 유량이 좋다는 돈짐목장은 100% 자가생산한 옥수수 사일로를 급이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매우 좋다. “내가 생산한 조사료를 공급하니까 질이 변하지 않는 균질한 사료 급이가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유질이 좋아지고 유량이 늘어나더라구요. 또 유사비가 많이 줄어서 경제성도 매우 좋아졌습니다.”
목장 입구에 가득 들어찬 각종 농기계는 목장이 아닌 농사꾼의 면모를 보여준다. 밭농사는 물론이고 논농사도 7만9,200㎡(2만4,000평)을 아이쿱과 유기재배 계약을 맺어 유기농 벼를 생산하고 있다. 이뿐이랴. 4만6,200㎡(1만4,000평)에서 옥수수를 경작, 1년에 100개롤을 생산하고 있고 유기농총체보리 50롤과 라이그라스 500롤을 생산하고 있다.

큰 규모의 복합농을 일구고 있지만 자동화를 통해 노동력을 최소화 하고 있다.

“이 많은 농사를 어떻게 짓냐고 말이 되냐고 많이들 그래요. 그런데 잠 잘 것 다 자고 놀 거 다 놀면 어떻게 출세하겠습니까. 자는 시간 줄이고 놀 시간 줄여서 쉬지 않고 일 합니다.”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돈짐목장에 통한다. 대입 수험생은 아니지만 하루 4시간 정도 자면서 쉼없이 일하는 것이 오늘의 돈짐목장을 만들었다.

(좌) 목장은 물론 집 주변에도 분재와 작은 나무를 심어 아기자기한 환경을 연출했다.
(우) 목장의 기본은 ‘푸르름’이라고 생각하는 이 대표는 들꽃과 나무들도 곳곳에 식재했다.

아기자기한 목장의 들꽃

쉼없이 일한다는 돈짐목장이지만 한 템포 쉬어가는 곳이 있다.
논농사, 밭농사, 조사료 생산에 낙농과 한우까지 쉴틈없지만 그 와중에도 목장대표 부부는 작은 분재와 들꽃 키우기에 시간을 쏟고 있다. “목장하면 젖소와 함께 똥을 떠올리잖아요. 냄새나고 더럽고… 아무래도 생물을 다루는 목장이니까 당연히 분뇨는 있기 마련이지만 소비자들이 그런 식으로 목장을 생각하는게 싫었어요.”
그렇게 시작됐다는 환경미화는 목장대표 부부가 좋아하는 분재 키우기에서 비롯됐다. 목장에 어울리는 작은 나무들을 키우고 적재 적소에 두는 작업은 부부에게 큰 기쁨이다.

(좌) 착유장은 30년 가까이 된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우) 냉각기가 있는 곳도 늘 깨끗이 정리한다.

“아내가 들꽃을 좋아해요. 목장에 거창한 조경을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들을 갖다 놓고 들꽃을 심고 그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죠. 목장에는 젖소들이 있는데 얼룩무늬와 푸른색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조그만 나무가 푸르름을 담당하고 작은 들꽃이 피어있는 목장을 보면 저부터도 즐거워집니다.”
농장을 찾는 유치원생들과 지역민들도 이 작은 노력에 호응을 보내고 있어 보람된다고 임 대표는 말한다.

젖소가 편안하게, 사람은 편리하게

돈짐목장은 오랜 목장의 세월만큼 축사 곳곳도 노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고 닦은 세월은 ‘관리가 잘됐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착유실은 오래 됐죠. 그래도 목장에 오시는 분들은 착유실이 관리가 잘 됐다고 하세요. 노후하긴 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청소하고 닦아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좌) 오래된 목장이지만 정리와 청소를 기본으로 삼는다.
(우) 균질한 옥수수 사일리지 급여와 양질의 사료공급은 돈짐목장의 자랑이다.

축사 운동장은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려 젖소들의 움직임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고 통풍을 잘 시켜 냄새가 머무르지 않도록 했다. “소 마릿수에 비해서 운동장이 넓은 편이에요. 마릿수를 늘릴 생각이 없으니까 목장에 투자를 해도 시설 투자를 하지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니까 젖소들은 환경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사료조도 흔한 스테인리스 사료조가 아닌 타일을 깔았다. “여름이면 스테인리스 사료조는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러면 젖소들이 사료를 먹다가 혀가 데기도 하고 사료가 부패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료조에 타일을 깔았어요. 깨지기도 하고 보수를 해야 하지만 훨씬 깨끗하고 젖소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좌) 퇴비장의 퇴비는 포크레인으로 자주 뒤집어준다.
(우) 운동장이 넓은 편이어서 바닥관리가 용이하다.

퇴비사에 날아다니는 나비

함평은 나비축제가 열리는 나비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렇지만 퇴비장에서조차 나비를 만난 것은 너무나 낯선 경험이었다.
“거짓말 아니냐고들 해요. 목장에, 그것도 똥을 쌓아두는 퇴비장에 나비가 있냐구요. 그런데 자신합니다. 우리목장 똥은 그냥 똥이 아니에요.”
축사 톱밥은 6개월마다 갈아주고 로터리를 쳐 준다. 퇴비는 15일마다 밀어내서 퇴비장으로 보내고 하루가 멀다하고 전용 포크레인으로 뒤집어준다. 이렇게 잘 부숙된 퇴비는 6개월 마다 외부로 나간다.
“내 조사료포에서 80%는 소진을 하죠. 그리고 남는 것은 고추 농사 짓는 주변 농가들한테 주는데 퇴비가 너무 질이 좋다고 좋아들 하세요.”

정화조도 설치업체와의 지속적인 연구를 거쳐 10단계로 개보수하려고 계획 중이다.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임 대표는 세정수 처리시설을 자부담으로 설치했다. 목장 한켠에 위치한 정화조는 뚜껑 개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한다. “설치업체와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보통 목장이 5단계로 처리를 하면 저는 10단계로 처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루 처리용량 5톤에 이르는 정화처리 시설은 계속적인 개보수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