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장이 아니다. ‘내목장’이다.
내목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온 이야기를 할 때면 말하는 사람 소유의 목장으로 잘 못 알아듣기 십상이다.
이 곳 대표 위용남·오명옥 부부는 목장이름을 지을 때 그 같은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내 목장처럼 아끼고 또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랬다”는 것이 위 대표의 설명.
실제로 내목장의 인간관계는 끈끈하다 못해 끈질기다.
20여년의 낙농인생에서 수의사는 평생지기와 같아 한 번도 바꿔본 일이 없으며, 사료 역시 담당직원이 판매업을 그만 둘 때에만 바꿨을 정도이다.
그래서 내목장은 강원도 심산유곡에 위치해있어도 사람냄새가 곳곳에 배어있는 곳이다.

강원 홍천의 삼마치재 언저리의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그 길 끝에 내목장이 있다.
해질녘 찾아간 내목장 입구에는 코스모스, 국화 등에 지는 햇빛이 걸려있었으며 시선을 따라 안쪽에 큼지막한 팔각정과 작은 폭포가 목장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쾌적한 첫 인상

입구의 오른쪽에 위치한 우사는 넓은 대지에 남쪽을 향해 지붕을 높게 해 지었다.
목장 전체가 쾌적하고 시원스러운 분위기로 목장 진입로 주변 산에 식재돼있는 키 큰 자작나무 군락도 이 같은 목장 분위기를 돋웠다.
위용남 대표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상 주변 낙농가, 고향친구들이 우리 목장에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고 손님맞이를 위해 조금씩 가꾸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됐는데, 아직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우사는 도청에 있는 표준설계도를 그대로 갖고 와 지은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티끌 모아 태산

입구의 국화는 홍천군 농어민후계자 모임의 사무장을 겸하고 있는 아들 위강섭(27)군의 친구가 생업으로 다루는 것 중에 몇 가지 골라와 조금씩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자와 작은 폭포는 목장 부지 개간 작업을 하면서 파생되는 나무와 돌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어볼까 고민하다 직접 지은 것이다.
여가시간을 뭔가 직접 만드는 것으로 보내는 성격 탓에 정자 뿐 아니라 자택도 거친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창틀을 만든 것이 직접 지은 흔적이 역력하다.
부인 오명옥씨는 “뭐든지 직접 만들고 가꾸는 바깥사람 성격 탓에 팔각정도 짓기 시작했는데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며 “그때마다 같이 주변 정자를 다니며 해결방법을 찾았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한 조사료 보관창고 공사가 한창이다.

소의 건강관리는 기본

쾌적한 목장 환경은 소의 건강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가꿀 수 없다.
위 대표는 “소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은 서로 필수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소의 건강을 지키는 우리 목장의 원칙은 수의사 처방없이 함부로 약을 쓰지 않는 데에 있다”고 귀띔한다.
이곳에서는 목장주의 의견보다 수의사가 존중받는다고 한다.
그는 “감기도 목감기가 있고 코감기가 있고 몸살감기가 있듯 조금씩 다른 증상에 따라 약도 다르기 마련”이라며 “많은 목장주가 처음 경험했던 코감기 약을 목감기나 몸살감기에도 자가 처방하는 오류를 쉽게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몸소 큰 질병을 겪으며 체득한 진리이며, 지난 한해 우리 목장에서 죽은 소는 단 1마리”라며 “조금 안다고 자가처방으로 병을 키우고 목장관리가 뒤엉키게 되는 것이 약품값이 더 많이 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이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 산간이라 분뇨와 오수처리에 큰 관심이 없을 듯도 하지만 이곳의 관리는 더욱 철저하다.
착유실에서는 아예 물을 거의 쓰지 않으며 발생하는 오수는 2달에 3번 처리차량이 직접 수거해간다.
위 대표는 “전문처리차량과의 계약을 명문화했다”며 “환경문제에 온 사회가 예민해지는 분위기에서는 자가 처리보다 전문 처리업체와의 문서계약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넓이 350㎡(약 106평), 전체용량 1,188㎥에 달하는 퇴비장은 22마리를 착유하는 목장 규모에 비해 매우 넓직하다.
위 대표는 “앞으로 목장 규모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미리 큼직하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남쪽을 향한 높은 지붕의 우사와 넓은 퇴비장에서 충분한 햇빛과 바람을 밭아 부숙된 퇴비는 1년에 2번 자가 조사료포에 환원되거나 인근 고랭지 농업에 쓰일 수 있도록 전문 처리업자에게 공급된다.
고랭지 농업 사람들과는 축분과 톱밥을 교환하기도 하나 이로 인해 얻게 되는 톱밥의양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 외에 지역 경종농가들이 원할 경우 목장에서 소유하고 있는 포크레인을 활용해 그 때 그때 공급해준다.
조사료포에 쓰이는 것이 20%, 인근 경종농가에 공급되는 것이 30%, 고랭지농업 등 전문처리업자에게 맡겨지는 것이 50% 정도 된다.

조사료포는 부지는 9,900㎡(약 3,000평)을 확보했으나 상당부분이 개간 중이며 지역적으로 날씨가 추운 탓에 1년에 1작물만 지을 수 있다. 산 뒤편으로도 조사료포를 지속적으로 개간하고 있으며 토질개선을 위해 자가 생산한 축분을 활용하고 있다.
1년에 한번 옥수수를 심어 필요량을 충당하고 있으며 볏짚 등을 활용하고 있다.

내목장의 사무실에는 인스턴트 커피믹스 큰 1봉지가 1주일이 채 못간다.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7년째 운영중인 지역 낙농가 모임 ‘모듬회’부터 위용남 씨의 고향인 경기 구리시의 친구들, 16년지기 수의사와 오랜 시간 거래하는 사료업체 대리점 직원, 소속 유업체인 파스퇴르를 통해 방문하는 소비자단체에 아들 친구들까지 많이도 다녀간다 한다.
특히 아들이 4-H회에서 활동하고 있어 퇴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포크레인으로 직접 퍼주는 등 자연스럽게 시골인심 섞인 거래가 이뤄진다고.
아무리 사람을 좋아한다해도 제집 냉장고문까지 서슴치 않고 열어볼 정도의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거나 경종농가들에게 축분을 직접 퍼주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한데 위 대표는 “시골에 이 정도 인심은 있어야죠”하며 웃는다.
사람이 바글바글 모이는 강원도지회 우유소비홍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내목장의 향후계획 역시 매우 진취적이고 또 인간적이다.

위 대표는 아들 강섭 군이 목장경영에 벌써부터 깊숙이 관여하면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으며 목장 경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아들과 함께라면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된다해도 생산성을 높이면 부딪혀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위 대표는 “조사료포는 단계적으로 3만여㎡(약 9,090평)까지, 목장규모는 일 3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목장 수가 아무리 줄어든다고 해도 개량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피력했다.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과 관련한 계획에 대해 그는 “사람 찾아오기 좋은 목장은 목장의 경쟁력 제고차원이 아니라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 꾸준히 할 것”이라며 “5년, 6년 뒤에는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그런 목장이 되고 싶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