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푸른 들녘에 소를 풀고 사는 것도 아니지만 장인학 어론목장 대표는 목장과 소들에게 떳떳하다. 부지런함을 밑천으로 쓸고 닦고 그야말로 ‘치우다 볼 일 다보는’ 목장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유치원을 운영하는 지인이 어린이들에게 목장을 구경시키고 싶다며 데려온 이후 어론목장의 하루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우유를 짜서 납유하고 유대를 정산하는 것이 유일한 일과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깨끗하게, 어떻게 하면 냄새가 덜 나는지 궁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장인학 대표는 강원도 젖소들은 똥이 잘 묻는다고 투덜거린다.
“경기도 소는 털이 짧아서 똥이 덜 묻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소들은 추운 날씨 탓인지 털이 길죠. 때문에 똥도 더 많이 묻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생들이 찾아와 ‘너무 더럽다’며 눈살을 찌푸릴 때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날 이후로 쓸고 닦기가 시작됐죠.”
옷매무새 보다는 소들의 몸을, 방을 치우기보다는 우사를 한 번 더 돌본다는 장인학 대표. 내실을 기하는 진실함이 묻어난다.

‘깨끗한 우유 어론목장’. 목장을 들어서면 첫눈에 들어오는 우직한 돌 입간판이 사람들을 반긴다. 진실한 주인장의 성격이 묻어나는 입간판이다.
목장 주변도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고 있다. 우사나 젖소에 신경을 쓰느라 목장 환경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목장 군데군데 색색 물감을 묻혀 놓은 듯 흩뿌려져 있는 들꽃들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어론목장은 특히 목장을 꾸려나가는 주인들의 성격이 묻어난 세심한 청소상태가 돋보인다. 10여년이 넘은 착유시설이지만 ‘쓸고 닦기’는 여기서도 빛이 난다. 착유기를 걸어 놓은 착유실은 물론 약품을 관리하는 곳, 건초를 쌓아놓는 곳까지 ‘일렬로 나란히’다.
다만 유려한 산세를 자연 배경으로만 이용, 세심한 환경미화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목장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도 운동장,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부분도 운동장, 가장 자신있는 부분도 운동장.
어론목장은 젖소들이 사는 축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운동장의 분뇨와 톱밥을 섞어 주는 로타리 작업을 많이 하기 보다는 운동장의 분뇨를 다 쓸어내 깨끗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우선하는 편이다. 특히 겨울에는 한달에 2~3번 정도 운동장 바닥을 깨끗이 치운다.
톱밥은 적당량 섞어 주고 운동장이 질어 젖소들의 몸에 분뇨가 질척하게 묻지 않는지를 늘 체크해 젖소에게 최적의 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어론목장에서 납유를 하고 있는 파스퇴르는 산정체계에서 지방을 보지 않고 위생점수를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납유처 자체의 기준에 의해 위생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것. 세균수는 늘 1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체세포 수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위생과 유대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곧 돈인셈.
때문에 축사 바닥은 물론 착유실, 젖소의 유방상태, 몸상태 등을 꾸준히 살펴 세균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데 최선을 다한다.

어론목장의 경우 퇴비관리의 정석인 1차, 2차 발효장을 구비하고 있다. 우사에서 1차 발효가 된 후 퇴비장에서 2차 발효를 하고 출하하게 되는 것. 홍천 내면의 고랭지 채소에 퇴비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원예농가를 비롯해 고추, 오이, 토마토, 감자 등 주변의 경종농가에 제공되는 퇴비는 좋은 질로 인기가 높다.
분뇨를 자주 치우고 질지 않도록 계속적으로 관리하는데다 충분한 발효가 이뤄지기 때문에 퇴비의 질이 더욱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경종농가들과는 1년 계약을 해 퇴비를 처리하는데 6~7년째 꾸준히 퇴비를 가져가고 있어 퇴비의 품질은 이미 증명이 됐다.

어론목장은 논 9,900㎡에서 벼농사를 지어 수확 후 볏짚을 조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밭 5,940㎡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등 전체 조사료의 20% 정도를 자급하고 있다.
조사료포 확보가 쉽지 않아 자급 조사료 이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지만 형편이 닿는 대로 조사료포를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치원생들의 목장견학으로 목장관리를 시작했다는 어론목장은 지금도 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이 찾고 있는 낙농교육장이다.
부인인 이순이 씨는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여성분과위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요리솜씨가 좋아 우유요리 홍보로 지역 축제는 물론 타지역 축제에도 우유소비 홍보활동에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아버지가 소에 웃고 소에 우는 모습을 쭉 보며 커온 아들 삼형제가 있으니 후계 낙농인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장인학 대표. 아직은 부부가 젊기 때문에 구체적인 후계 계획은 없지만 평생을 쏟아온 목장인 만큼 대대로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 장인학 대표의 꿈이다.

이왕이면 멋있고 아름다운 목장으로 행복한 낙농을 했으면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꿈이다. 넓은 목장에서 초지도 갖춰놓고 운동장에만 소를 가둬놓지 않고 자유롭게 뛰놀수 있도록 하는 것. 장인학 대표의 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