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는 소담한 정취
아이들이 10리나 되는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닐 정도로 척박한 땅을 고향 같은 목장으로 일구기까지 한 대표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특히 한 대표 부부의 화끈한 성격 이 큰 몫을 했다.
부부가 모두 불같은 성격이어서 눈앞에 일을 두고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는 지금의 목장을 이룬 원천이었다.
처음 정착할 때 달랑 트랙터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는 한 대표는 땅이 질어 장화 없이는 살지 못할 정도의 황토밭을 일구어 오늘의 목장을 만들었다. 8년 전에는 폭설이 내려 우사가 내려앉는 바람에 소들이 깔려 죽는 아픔도 겪었다. 그때 나무로 만들었던 축사를 새로 짓고, 주변 환경도 다시 한 번 손질을 했다.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는 정원에는 국화와 목화, 꽃나무가 소담하다.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감나무들이 풍성하게 두르고 있는 목장은 대추나무와 오디나무로 빙 둘러 울타리를 삼았다. 유실수가 풍성해 봄부터 가을까지 입이 즐거운 목장 주위로 도로를 내 교통도 편리하다. 울타리를 따라 잰걸음을 놀리는 토종닭들은 연신 모이를 쪼아 먹기 바쁘다.

스트레스없이 편히 쉴 수 있는 방목장
한일농장의 특징은 전형적인 목장의 정취를 선사하는 방목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목장에 들어서면 보기에도 평화로운 방목장이 눈에 먼져 들어온다. 착유우사와 연결돼 있는 방목장에는 60여 마리의 젖소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아침 착유가 끝나면 모두가 방목장에 나가 포근한 바람과 햇살 속에 세월이 가건 말건 느긋하게 하루를 즐긴다.
3년 전부터 방목을 했다는 한 대표는 유기농 목장은 필수적으로 방목을 해야 한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착유우와 건유우를 방목하고 있는데, 소도 건강하게 자라고 우사도 질척하지 않게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방목장을 만들 때는 땅을 확보하고 울타리도 설치하느라 돈은 제법 들었지만 무엇보다 소들이 즐거워해서 만족한다고 한다. 또 우사를 청소하거나 소독을 할 때는 소들이 알아서 방목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여러 모로 좋다. 착유우사 960㎡에 육성우사 1,300㎡, 퇴비사 1,000㎡, 착유실 33㎡으로 구성된 목장은 유기농 인증과 HACCP지정을 획득해 위생적으로 청결하고, 분만에서 건유까지 꼼꼼하게 개체 기록을 한다.
신선한 환경을 위해 운동장은 늘 고실고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왕겨를 깔아주어 소들이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 톱밥으로 관리하는 착유우사는 한 번 깔 때마다 듬뿍 깔아주고, 수시로 로터리를 쳐준다. 특히 톱밥은 겨울에 많이 교체하며, 조금 질다싶으면 바로 교체한다.

개폐식으로 된 착유우사는 햇볕이 잘 들어와 냄새가 없다. 천장은 중앙 부분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 처마로 내려갈수록 투명 비율을 다르게 하였는데, 투명 천장이 많으면 힘을 받지 못해 지붕이 날아갈 염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비율을 조절해 놓았다. 그리고 건유우사는 천장에 양끝으로 길게 환기와 통풍을 위한 환기구를 설치해 놓았다.
우사에는 개체별로 각기 다른 물통을 설치해 놓았다. 착유우사와 건유우사는 검은 물통을 설치하여 자동으로 급수하고 있으며, 어린송아지들을 위해서는 그보다 작은 파란 물통을 설치해 놓았다. 이 물통은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으로 히터가 작동해 물을 따뜻하게 데운다. 착유우사 물통 역시 히터 장치가 되어 있어 언제라도 따뜻한 물을 먹을 수 있게 하였는데, 전기세 등 유지비가 들기는 하지만 소들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갓 낳은 송아지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푹신한 짚을 충분히 깔아주고 보온등으로 따뜻하게 보호한다.
저녁 착유 후에는 날마다 연막소독을 하여 해충을 퇴치한다. 또한 10여 일마다 분무기 소독도 실시하고 있으며, 약품은 반드시 수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한다. 약품관리는 유기농 목장답게 관리가 철저하다. 항생제는 일체 안 쓰고, 수의사가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점검을해주고 있다.

목장갑 하나까지 가마솥에 삶는 정성
2열 5두 써지 시스템을 갖춘 착유실은 타일로 되어 있고,매일 물청소를 한다. 착유를 할 때는 반드시 위생복을 입고, 목장갑에서 유방 수건에 이르기까지 매일 가마솥에 삶는다. 그만큼“사서 고생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청결에 최선을 다한다.
올 여름에는 비가 극성스럽게 내려 한때 체세포 등급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고 하는데,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갖은 정성을 다해 기어코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유량은 평균 1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유기농 농가로 지정돼 우사 및 초지 면적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어 현재 쿼터인 1,250ℓ만 유지하고 있다.

분뇨는 액비 처리하여 3만 평 초지에 살포
한일농장은 198,000㎡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그 중 99,00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를 놓았는데, 분뇨는 액비 처리하여 사용하고 초지에 모두 살포한다.
착유우사에는 스크래퍼를 설치하여 퇴비를 청소하고 있다. 착유실의 배설물은 목장 입구 마당 밑에 설치한 정화조로 흘러들어가 3단계를 거쳐 정화된다. 침전물은 1년에 한 번씩 수거해가 페수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제법 규모가 있는 액비사와 함께 퇴비사가 세워져 있다.

전남대 산학협력단이 인정한 유기축산물 생산목장
한일농장은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유기축산물 생산목장으로 지정돼 있다. 유기농 인증 목장답게 유기농 사료와 조사료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99,000㎡의 초지에 여름에는 수단그라스, 가을에는 라이그라스를 심는다. 제초제는 물론 농약과 비료도 일체 쓰지 않으며, 제초제와 살충제를 안 쓰는 유기농이다 보니 벌레들이 조금 많은 편이다.
배합사료는 유기농 배합사료만 쓴다. 사료는 사료회사의 배합비를 철저히 지켜가며 유기농 풀과 미생물제,비타민제 등 첨가물을 넣고 배합하여 아침저녁으로 주는데, 보통 한 마리당 30kg씩 먹는다고 한다.

때를 가리지 않고 참여하는 지역봉사
한일목장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아야,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네가 어서 건강하게 나아야지 젖을 짜서 애기들도 먹일거 아니냐.”
소들에게 행여 미안한 일이라도 하거나 소가 아프면 아내는 마치 자식과 대화를 하듯 살갑게 이야기를 나눈다.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아기들 젖을 먹이는 것처럼 뿌듯하다는 아내는 낙농만큼 정직한 일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회 전북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내는 우유와 관련한 지역 행사에 적극 참 여하고 있으며, 한 대표 역시 연말연시와 명절 등 때를 가리지 않고 장애인들과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뒷방늙은이라는 소리는 절대 안 듣겠다”는 한 대표 부부 는 사람의 기운이라고는 하나 없는 척박한 땅에 들어와 보란 듯이 목장을 일구고 자식들이 하나같이 잘 자라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며 목장을 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한이라면 나이가 든 것이란다. 이제 좀 편하게 살 만하니 어느새 세월이 흘러 못내 아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목부를 두고 목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목장은 기력이 있을 때까지 놓지 않을 생각이다.“우리처럼 일을 보면 불같이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은 가만 놀면 병만 돼요. 부지런을 떨어야 사는 맛이 제 맛이지. 우리는 몸이 성할 때까지 일할랍니다.”
인생사 이 고비 있으면 저 고비 있고, 저 고비 있으면 이 고비 있는 법, 굴곡 없는 인생은 없다며 환하게 웃는 한 대표 부부. 그 모습에는 저녁노을처럼 세상을 적시는 아름다움이 정겹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