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이 최고가치
대암목장의 최고 중요가치는 ‘어울림’이다.
우선 젖소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방목된다. 목장의 최대자산인 임신우들에게도 운동은 필수다. 산비탈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임신우사의 젖소들은 수시로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한다. 운동의 효과는 순산으로 이어진다.

이성훈 대암목장 대표는 “임신우들이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난산이 없어져 특별한 조치 없이도 순산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연스러움”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어울림은 사람과의 어울림이다. HACCP 인증까지 받은 목장이라 방문자들을 관리해야 해 어려움이 있음에도 목장문을 활짝 열어두고 방문객을 환영한다. 이 대표의 손재주로 직접 만든 연못가의 무대에서는 해마다 아름다운 목장 음악회가 개최된다. 지인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찾아와 자연과 음악을 즐기며 자연스러운 우유소비홍보가 된다. 어려운 동료들을 위한 송아지 나누기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며 아픔을 나누고 있다.
4만9,500㎡의 조사료포에 전량 살포되는 분뇨는 자연과의 어울림을 상징한다. 목장이 준 분뇨를 흡수해 튼튼하게 자란 호밀과 수단은 다시 젖소에게로 흡수된다. 주변의 고추, 오이 등 경작농가들에게 퇴비를 직접 실어다 주기도 하며 주변농가와의 어울림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신혼부부, 함께 목장을 꿈꾸다
양구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라매화 씨와 시골총각이었던 이성훈 대표가 1985년 결혼식을 올리면서부터 목장에 대한 꿈이 본격화됐다. 본래 목장경영이 꿈이었던 이 대표는 결혼한 이듬해 지금의 목장 부지를 구입하고 목장 준비를 시작했다. 젖소를 구하고 자금을 마련해 꽤 오랜 준비기간이 걸려 1994년 2월 21일 착유소 10마리로 첫 납유를 시작했다.
준비를 워낙 철저히 해서인지 목장운영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젖소를 늘려가며 희망도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1996년 사상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다.
“뉴스에 엄청난 수해로 철원지역이 고립됐다고 하면서 우리집이 나왔었죠. 전기가 11일 만에 들어오고 전화는 1달만에 재개통 되더군요. 이런 사정이니 젖소가 남아날 수가 없었죠. 목장을 확장하려고 빚을 내서 젖소들을 샀었는데 난리통에 젖소가 모두 죽어나갔습니다.”
이 대표는 1996년만큼 끔찍한 기억은 생애에 없었다고 말한다. 많이 좌절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재기하게됐다. 주변 낙농가 한 분이 선뜻 소 11마리를 내준 것이다.
“10마리를 죽였으니 11마리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소값은 차차 값으라고 하더군요.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했습니다.”
그 일로 이 대표부부의 인생관이 달라졌다. 목장을 재개하고 남을 위해 배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01년 구제역으로 낙농가들이 어려운 모습을 보니 그 때 기억이 나더군요. 나를 도와줬던 은인에게 받은 것처럼 낙농가들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아지 10마리를 내 놓겠다고 조합에 연락을 했고 결국 갓난 송아지 3마리까지 13마리를 내놨습니다. 우리는 외상으로 송아지를 얻어 일궈낸 목장이었으니까요.”
복을 받은 것일까. 그 해는 유독 암소가 많이 나왔다.

아름다운 목장, 자급율 높이자는 생각에서 시작돼
목장 외관을 유달리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어려웠던 IMF가 계기가 됐다.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사료파동이 났고 자급조사료가 아니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해를 극복할 무렵 IMF가 터지더군요. 미국, 호주만 바라보면서 수동적으로 목장을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조사료 자급율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료포를 확장하기 시작했죠.”
이 대표는 목장을 운영하던 방식도 달리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두 번이나 겪고 나자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립적인 목장을 만들고 싶었다. 돈 버는 목적보다는 낙농을 알리고 아름다운 목장으로 주변의 귀감이 되고 싶었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취미를 가졌던 부인 라매화 씨는 옛물건을 모으고 들꽃들을 목장에 심었다. 이 대표는 목장 곳곳에 조경과 식수를 직접하며 목장을 가꾸기 시작했다.
“누가와도 즐겁고 아름다운 목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판에박힌 체험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목장에 왔다가 추억을 만들게 하고 싶었죠.”
이렇게 완성된 목장은 매년 아름다운 목장 음악회가 열리고 이웃낙농가는 물론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젖소, 방목으로 강건하게
이 대표는 특별한 젖소관리나 유질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목장을 갖고 있고 본인만의 노하우로 목장을 강건하게 만들고 있다.
“임신우와 건유소들은 방목을 합니다. 초임우들은 임신을 하면 방목을 통해 운동을 시키고 경산우들은 건유기인 2달동안 방목을 해서 체력을 다집니다. 방목 때문에 젖소들이 건강해져 우리집엔 난산이 없습니다.”
방목장은 별도로 건설하거나 신설하지 않고 자연을 활용했다. 산비탈 끝에 자리한 임신우사는 산비탈 쪽으로 개방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일정시간이 되면 우사 문을 개방해 임신우들이 자연스럽게 산비탈을 오가며 운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산비탈에 드문드문 난 풀을 뜯어 먹기도 한다.
경산우의 경우도 방목을 통해 건유기간동안 몸꼴을 바로잡는다. 보통 콘크리트 바닥에서 키워진 소들은 몸꼴이 삐뚤어진 경우가 많은데 방목을 하면서 자연운동을 통해 몸이 바로잡혀 경산우에서도 난산율을 줄일 수 있다.

소몰이 게이트 설치로 스트레스 최소화
착유시에는 소몰이 게이트를 활용해서 소를 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소몰이 게이트는 2007년 600만원 정도 들여 설치한 것으로 기계가 소를 천천히 몰아 오기 때문에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인력도 줄일 수 있다. 같은해 착유실을 완전히 정비할 목적으로 헤링본 시스템으로 착유시스템을 교체, 6,000만원 정도의 시설비를 투자했다.
“시설 비용이 든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번 돈으로 소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몰이 게이트는 인력품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소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똥을 묻혀 들어오는 것도 덜해져 착유실의 위생도 좋아졌습니다.”
세균과 위생관리를 위해서 착유 전과 후에도 관리가 철저하다.
유두모공이 열려있어 꽉 닫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착유 전 손착유로 우유를 짜서 버린 후 착유기에 물리는 전착유를 실시하고 있다. 착유 후에도 유방염 예방을 위해 소독제로 일일이 유방을 소독하는 후침지를 빼놓지 않고 있다.

조사료 자급율 높이는 것이 경쟁력
산자락에 폭 파묻혀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대암목장은 실제 목장면적 2,640㎡(800평)으로 총 사육마릿수가 90마리가 채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넓은 편이다.
특히 조사료 자급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 4만9,500㎡에 달하는 거대한 사료포를 구비하고 있다. 운동장 톱밥을 교체할 때 전량 퇴비장에서 저장 발효돼 작물포에서 환원되는 100% 자연순환농법은 넓은 사료포가 있기에 가능하다. 운동장에 들어가는 톱밥만해도 연간 50톤. 330㎡의 퇴비사에서 6개월간 호기 발효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뒤집어 준다. 자연이 주는 바람과 햇빛으로 정성스레 부숙된 퇴비는 양질의 사료로 보답한다.

분뇨유출 방지턱을 설치해 저장시 배출되는 침출수를 완벽하게 차단한 것도 눈에 띈다. 얼마전에는 1년치 분뇨를 저장할 수 있는 분뇨처리장도 신설했다.
곳곳에 묻어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돋보인다. 착유실 세정수는 하수관로에서 간이정화조를 거쳐 연목으로 자연정화해 방류처리 한다. 물 한방울도, 가축이 내보낸 분뇨하나도 자연에게 원래 그대로 되돌려 주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유럽형 목장으로
이 대표 부부는 앞으로 대암목장을 유럽형 목장으로 키울 생각이다.
“떼 돈 벌려고 목장하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우유짜서 먹고 살고 도시민에게는 쉴 수 있는 자연을 제공하고 더불어 젖소와 낙농이 좋아져서 우유를 더 많이 먹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요.”
유럽에 가서 본 목장처럼 대규모는 아니어도 아름다운 목장에서 젖을 짜고 도시민들이 오면 쉬다 갈 수 있는 목장을 갖는 것이 꿈이다.
“아들과 딸이 모두 축산을 전공했어요. 목장을 물려줄 생각이야 당연히 있죠. 그런데 꼭 우리 아들, 딸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낙농에 순수한 꿈과 열정을 가진 후계낙농인들에게 우리의 꿈을 물려주고 싶어요. 물론 그게 우리 아들, 딸이면 더욱 좋구요.”